amji 2025. 2. 23. 18:29

효봉이와의 운명 같은 만남

2020년 7월.

도우가 별나라로 떠나기 4개월 전, 나는 회사를 다니며 도우를 보살피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아빠 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같이 일하는 동생을 태워 다니곤 했다. 그 동생은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했다.

"우리 고양이 키우면 안 돼?"

하지만 동생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그 얘기를 듣던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고양이인데?"

남편이 일하는 회사 근처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그 가게 주인이 길에서 구조한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단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임신을 했고, 새끼를 낳았는데 다 키울 수 없어서 가게 손님들에게 입양을 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은 급하게 아내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던 나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해버렸다.

"그냥 데려와. 내가 맡을게!"

지금 생각해도 참 미스터리하다. 왜 나는 망설임도 없이 그런 말을 내뱉었을까? 듣는 순간 ‘이 아이는 내가 데려와야 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오게 된 아이가 바로 2개월 된 효봉이다.

효봉이를 처음 데리러 갔던 날, 새끼 고양이는 두 마리 남아 있었다. 가게 주인은 가장 약한 한 마리만 남아서 데려왔다며, 혹시라도 건강이 안 좋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효봉이는 절대 아픈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깨발랄한 장난꾸러기였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도우, 영수, 효봉이가 함께 살게 되었다.

겁도 없이 도우와 영수에게 덤벼드는 효봉이를 보며, 도우는 무심하게 무시했고, 영수는 오히려 무서워했다. 둘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알쏭달쏭하다. 하지만 도우를 많이 그리워하던 영수에게 효봉이가 와준 게 참 다행이었다.

이제 영수는 도우가 별이 된 그 나이가 되었다. 둘이 친척 아니랄까 봐 가끔 영수의 얼굴에서 도우가 보일 때가 있다. 아직 건강한 영수. 앞으로도 영수와 효봉이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함께하길 바란다.